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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우지연
2024.3.6 - 3.18
마루아트센터 신관 3층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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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자연의 질감을 담은 ‘한지’는 삶을 바라보던 나의 모든 생각과 시각이 무너졌을 때, 희망과 치유의 힘을 이끌어 내준 자연과 닮아있다. ‘한지’를 기반으로 작업을 계속 이어오면서,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같은 소재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해온 나는,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수수께끼 같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시련 앞에 인간의 욕망을 논하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연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생성과 소멸,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지켜지는 단단한 생명력에 위로를 받았다. 마냥 연약해 보일 것 같은 이파리 한 잎은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자존하고, 흥미로운 조형성을 지닌 돌은 마모와 풍화를 겪으며 긴 세월을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은 보여지는 화려함만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을 바라보게 하였다.
나는 작업을 통해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들의 생의 의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는 결국 생명력과 그것이 가진 영원성이다. 어떤 생명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숨은 율동 속에 내재하고 있다. 숨은 서로 연결됨으로 그 리듬을 가지며 또 하나가 되어간다.
나의 작업에서 이것은 분리와 고립이 아닌 연결을 통해 드러난다. 서로의 움직임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맞닿게 되며 그 충돌은 곧 유연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것을 바라보는 이 또한 그 순간 관계맺는 또 하나의 연결점이 된다. 고립이 점차 가중되는 요즘 시대에 서로를 위안하며 온기를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전통의 봉창(封窓)과 도자의 투각 기법에서 영향을 받아 한지 투각으로 표현하여 각 오브제들의 연결을 통해 이러한 관계성을 담았다.
나의 작업 행위의 근간은 반복과 쌓음이다. 한지 위에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겹겹의 색과 행위로 약한 종이의 본성을 지우고 견고한 물성을 부여하여 자연의 이미지를 재현한다. 한지는 외부의 요소를 그대로 흡수하고, 그 스며든 색과 머금어진 수분이 마르고 적셔지기를 반복하면서 깊이가 더해지고, 단단해진다. 이렇게 쌓여진 시간의 흔적들이 자연에서 발견되는 단단한 생명력임을 이야기하며, 삶의 반복에는 자연이 가진 것과 같은 생명력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한지가 수분을 머금었다 건조되는 속도와 나의 행위의 반복에서 일어나는 우연성이 지닌 조형적 특성과 효과는 인생의 여정과 같이 우연하게 일어나는 일들로 완성되는 나의 이야기와 같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곧, 삶의 노동과 희망의 중간에서 나의 시간을 오롯이 담아낸 기록이다. 매일의 순간들과 많은 과정이 쌓여 지금에 이른 것과 같이, 반복적으로 쌓인 색들은 깊이가 더해지면서 특유한 색을 만들어내고, 작업 과정은 고된 노동인 동시에 나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