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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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7-4.23
마루아트센터 신관 1층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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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아트’ 말고 ‘놀이’ <노는 언니>
I am my own muse
30여년간 인생의 전반부를 여성잡지에서 일했다. 여성들의 삶을 관찰하고 여성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꽤 효용이 있는 인터뷰어였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누군가에게 집요하게 질문하는 자였다. 그 창구가 미디어가 아닌 그림을 통해 이어졌다. 첫번째 대상은 여전히 사람, 그 중에서도 여성이다.
‘내’가 속해 있기도 한 여성이라는 인류는 무엇보다 이야기가 풍부하고 무한한 심연을 가진 흥미로운 집단이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원심력 속에 들어서는 것이다. 남편, 아이들, 친인척, 친구, 이웃, 사회적 역할까지, 잡아당기는 모든 것에서 어느 한순간도 어느 한 방향에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 극한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사는 그들의 묘기에 리스펙트! 그들과 많은 오지여행을 하면서는 아줌마 셋이 모이면 이 세상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지구 끝에서도 살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상에서 탑재된 잔기술부터 수많은 공중전과 복잡한 관계망을 헤치며 체득된 유연성까지. 그러면서도 그들은 삶의 재미, 내적 충만을 찾는 일에도 좌충우돌 도전한다. 공연장, 전시장, 도서실, 여행지, 놀이와 재미가 있는 곳은 여성들이 지배한다. 그 언니들과 같이 놀아보기로 했다.
나 또한 놀 도리밖에 없는 시간이 되었으므로.
인간은 음풍농월할 때 그 사람의 실력과 본질이 드러난다. 주어진 업무에 최고의 실적을 내는 이들도
막상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어떻게 놀아야 할지 막막해 하는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놀이에는 상사의 지시나 부모의 잔소리가 없다. 완벽한 자발적 행위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를 쓴 하위징아는 “명령에 의한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설계하고 내가 각본을 짜고 내가 무리를 작당해야 한다. 물론 고수가 되면 무리를 물리치고
혼자 노는 경지도 좋다.
우리는 본캐에서 다 해소하지 못한 욕망과 기운을 부캐를 통해 놀이로 실현시킬 수 있다. 그러니 부캐가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내 작품 속 부캐 <노는 언니>들은 반란하고 도발한다. 거침없고 유쾌하고 자유롭다.
엉뚱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프로이드의 유머, 니체의 명랑성을 가진 이들이다.
그것이 자신을 복원하고 자신을 위무하는 방식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로서의 유머, 모든 것의 무토대성에 대한 알아차림,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해학적 명랑성. 그것은 내 그림 속에서 해체된 조형, 선의 율동감,
부조화된 색을 얹은 래터링 등으로 표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