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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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소소혜_이혜숙
2026.9.2 - 9.14
마루아트센터 신관 3층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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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장미의 기억
마음 한편에 늘 숨어 있던 고독이 밀려올 때면, 그림은 나에게 나른한 슬픔처럼 다가온다.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삶 속에서도 문득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찾아온다.
인간은 결국 고독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고독을 달래는 일이자, 내면 깊숙이 감춰둔 마음과 마주하는 하나의 의식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장미를 바라본다.
장미는 내가 가장 많이 닮고 싶은 꽃이다.
어린 시절, 《들장미 소녀 캔디》를 보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고, 장미가 가진 화려함과 따뜻한 이미지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삶을 살아가면서 장미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그 안에 감춰진 가시를 바라보게 되었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꽃이다. 피어나는 순간에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그 곁에는 언제나 가시가 함께 있다.
어쩌면 그 가시는 살아오며 내가 마주했던 상처와 고독, 견뎌야 했던 시간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장미를 그리며 꽃잎의 아름다움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삶의 흔적을 함께 그리고 싶었다.
꽃은 피어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결국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 강 또한 자신이 머물던 자리를 버리고 흘러가야 비로소 바다에 닿는다.
삶 역시 그러한 것인지 모른다. 무엇인가를 내려놓고 지나온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장미의 가시는 나에게 상처만을 남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때로 나를 멈춰 세웠고, 때로는 다시 일어서게 했다.
돌아보면 그 가시는 삶의 스승이었으며,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친구이기도 했다.
나는 오늘도 장미를 그린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잎 너머에 숨어 있는 가시를 바라보며, 그 안에 남아 있는 나의 기억과 고독, 그리고 지나온 삶의 시간을 함께 그린다.
어쩌면 내가 그리는 것은 장미가 아니라,
장미를 닮아 살아온 나 자신의 기억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