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동호회 늦바람 30주년 전시회ㅣ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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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5-11.10

마루아트센터 본관 3층 그랜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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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문]

재현과 표현 그리고 다양성에 관하여

미술창작동호회로서 늦바람의 최고 미덕은 다양성에 있다. 자칫 비슷한 경향으로 흐르기 십상인 창작동인들의 모임에서 이토록 다양한 작업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도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늦바람 회원들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큰 흐름과 궤적을 같이하며 변화해왔다. 1990년대가 요청했던 것이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면, 21세기를 넘어서면서 일극의 중심주의는 약해지고, 대신 다극의 다원주의 경향이 짙어졌다. 그것은 비단 주제나 소재의 문제만이 아니라, 작업 방식의 다양성으로도 나타났다.

우선 ▶사실적 표현의 구상회화와 ▶생략과 압축적 표현의 형상회화가 고르게 존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자의 흐름으로는 늦바람 작업실과 회원들을 그린 김애숙, 생태에 담긴 인연의 뜻을 그려낸 김지웅, 작업실 동료 앵그리레이디를 그린 배종현 등이 있다. 후자에는 일상의 모습을 색면 그림으로 담아낸 김수연, 고래와 플라스틱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박혜숙, 나비와 꽃의 만남을 포착한 이주연, 사계절을 담아 따뜻한 자연과의 인연을 표현한 한홍대 등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창작동인 가운데 붓을 놓은 작업을 출품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현실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그림으로는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민정애, 애완견과 자신의 소중한 만남을 담은 배연희 작업이 있다. ▶오브제와 회화를 결합한 작업으로는 철망과 페인팅을 결합하여 인연의 다층위를 담아낸 장진희, 인공지능 이미지와 거울 설치 작업을 결합한 양충우, 선재와 거울 설치 작업으로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이주연 등이 있다.

▶표현주의 또는 상징주의 경향의 우주 예술도 매력적이다. 낱낱의 점으로 생명의 존재감을 표현한 유기경, 반짝이는 보석과 별자리, 선율로 관계론적 존재를 표현한 이지희 등의 그림은, 보이는 것 너머를 찾아 우주와 생명을 노래하는 예술의 깊이와 넓이를 느끼게 한다. 구상과 형상, 현실과 초현실, 오브제와 회화, 우주와 생명에 걸친 늦바람의 예술이 30년 전에 세운 큰 뜻을 이렇게 반듯하고 탄탄한 예술 창작으로 이루어냈다는 점, 나아가 새로운 차원으로 공진화할 뜻과 힘을 갖췄다는 점에 경이와 존경의 뜻을 표한다.

김준기(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