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수 · 김정숙展
▼
2025.2.12-2.24
마루아트센터 신관 3층 2관
-
[평론]
신인수작가
도교적 틈들
(땅과 하늘 사이)
- Robert C. Morgan -
그녀의 작업은 이와 같은 공간-시간 현상의 미묘한 흔들림이 상대적 순간을 드러내는 장소에, 또한 땅과 하늘의 언어는 서로의 것을 가로막지만,
그들 자신만의 조화로움으로 소통하는 그런장소에 거주한다. 땅이 하늘과 소통하는 것은 쇠가 나무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닥나무로부터 얻어지는 닥종이는 여러 겹의 두께를 이루고, 그것에 광물질과 먹물이 더해지며 미로 혹은 격자무늬의 형태가 된다.
작가의 구성(혹은 반-구성)안에서, 우리는 작은 쇠 블록이 종이 펄프의 섬유질 사이에 박혀있거나 녹물로 색깔을 입힌 얇은 가닥들이 단선적 구조로 나타나는 불가피한 표면을 발견한다.
쇠, 먹물, 그리고 닥종이 (원래는 닥나무에서 추출되는데, 주로 한지라고 부른다) 사이의 변주는 때로 함께 압축되기도 하고,
선명한 표면을 저항하며 뻗어가기도 하고, 종종 검정(먹물)과 흰색(닥종이)으로 분리되기도 한다.
한국의 많은 동시대 작가들처럼, 신인수 작가도 작업의 제목으로 한 음절의 단어를 사용한다. 그녀에게 그 단어는 숨이다. 제목은 주제이거나 개념의 기능도 하는데,
반드시 꼭 같을 필요는 없다. 주제가 어떻게 작가에게서 그 단어가 나왔는지의 표면적 현상을 제시한다면, 개념은 좀 더 중층적이며, 깊고 심오하게 여겨지는데,
감정의 깊은 단층과 사고의 연계 속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념은 물질과 과정의 접목이 필요가 하다. 형태의 변주는 진전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왔다.
작가의 작업에는, 어떻게 물질이 그녀의 개념과의 관계 속에서 이용되는지에 대한 많은 변주들이 들어 있다.
‘숨‘은 어떻게 물질들이 서로와의 관계에서 숨 쉬는가의 과정에 대한 것인데, 특별히 그 물질들이 자연의 서로 다른 끝에서 온 경우이다.
그녀의 작업은 형식적으로는 기본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러시아 화가 말래비치의 절대주의가 제시하는 것처럼, 자연을 지우는 것처럼 보인다.
신인수 작가의 격자나 미로로 된 고립된 형태들은 자연의 모방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상태와 더 연관되어 보인다.
작품에 이러한 마음의 형식적 상태를 보여 주는 것은 그녀가 사고하는 방식이다. 줄줄이 선적인 요소들을 배치하는 방법, 기하학적 평면과 방해물들을 더하는 것,
이것은 마치 흐름을 잡아서 리듬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움직임을 가두는 마술사가 만든 정지상태의 형태인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분명히 ‘숨’으로서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흡하는것은 숨을 쉬는 것, 관람객에게 숨을 불어 넣어 주는 것,
그 대신 형태로 된 언어인 작품의 힘을 받아 드리는 것, 공기의 원천과 일치된 자연을 통해 제시되며, 에너지는 우리 모두 안에서 움직이고,
공기는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 흐른다. 신인수 작가의 작업은 지면과 공기 사이, 땅과 하늘 사이의 소통에 기대있는 것이다.
...(본문 중 발췌)
-
[평론]
김정숙작가
20세기 현대미술에 있어서 최고의 변혁은 바로 구상미술에서 탈출하여 새롭게 등장한 추상미술로의 진행인 것이다.
단순하게 미술이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습이나 형상을 따르기를 포기하고 점, 선, 면, 색채의 조형요소 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미술작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 추상미술이고 김정숙의 실체적 미술언어이다.
그가 작품 표면에 쓰는 모든 조형적 요소와 도구들은 모두 이 추상미술의 특징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
일찍이 그림이란 “화가의 영혼과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영혼을 잇는 다리”(들라크루아)라 한것은 작가는 보는 사람의
추상이해에 다리를 놓고 어느 정도 그들의 시선에 의지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좀 더 김정숙에게 특별한 것은 이러한 추상의 개념 속에 다분히 동양적 관점의 사상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화면에 전혀 수다스럽지 않은 침묵적인 태도와 방법, 표현 등에서 내밀하게 드러나는데 작가는 종종 인터뷰에서 도덕경에 관련된
'숨겨진 것은 드러나 있고 드러난 것 또한 숨겨져 있다'는 구절을 언급한바 있다. 예술가는 최소한의 감정이나 마음의 상태, 기분, 혹은 존재의 방식을 드러내야지 특정 풍경이나 물체를 드러내도록 의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중심적인 세계관임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화면에 강도를 가진 한지의 표면 위에 먹과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 위에 다양한 텍스츄어로 표면을 두는 이유도 조형성과 색채의 조화가 내면 표출의 목적지임을 뒷받침 한다.
김정숙의 작품들은 철학적으로는 자연의 본질에 주목하며 시각적으로는 표현의 소재와 방향을 자연, 그 소리에 두는 구조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
통속적인 미적 가치가 아닌 사유하는 자세만이 공유 할 수 있는 그런 깊고 그윽한 내면의 울림을 소통 하겠다는 것이다.
아주 분명한 것은 김정숙 작가는 단순함만이 최고의 가치이자 아름다움이란 것을 너무나 현명하게 그리고 명료하게 작품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소통의 유일한 통로도 확실하다.
여기에 회화는 그에게 최고의 소통,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종근
